[회고록] 1년차 2023 주니어 개발자 회고록
1. 입사, 프로젝트 그리고 퇴사
오랜 취준생활을 끝으로 2023년 1월경 블록체인 기술을 다루는 어느 회사에 퍼블리셔 겸 주니어 프론트엔드개발자로 입사하게 되었다.
입사하고 리액트 환경에 적응도 하고, 관련 기술을 공부하고, 프로젝트에 투입하여 실전 경험을 쌓으면서 바쁘게 보냈던 상반기였다.
좋은 사수님을 만나게 되면서 개발에 대한 의지도 컸고, 회사에 큰 성과를 보여주고 싶어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프로젝트 틈틈이 PR(코드리뷰) 올린 뒤 피드백 들어왔던 부분들을 정리하여 회사 노션에 프론트엔드 팀을 위한 코딩 컨벤션 페이지를 만들어서 공유했고 그 외에도 각종 문서와 링크, 폴더 아키텍처 구조 등을 모조리 정리하며 상반기를 보냈던 것 같다.
그 덕분인지 수습기간이 끝나고 정규직 전환이 될 때 부장님과 면담을 가졌을때 부장님께서
히밍씨는 윗사람(PM)의 입장에서 보기 편하도록 업무 공유를 잘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아랫사람의 업무 진행도가 궁금한 부분을 잘 캐치하여 정리하고 공유하기 때문에
히밍씨에게 걱정 없이 업무를 맡기게 된다.
나는 히밍씨의 그 능력을 높이 산다.
또한 내가 느끼기에는 우리 회사에서 히밍씨가 OO씨(나의 사수님) 다음으로 좋은 개발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자신감을 키워라. 히밍씨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다.
라고 말씀해주셨던 기억이 있다.
부장님께선 나와 사수님의 실력과 경험의 차이(경력 차이)를 차치하더라도
일일 업무 보고서를 작성할 때마다 '내 사수님과 팀장님 부장님은 관리자로서 나의 업무의 무엇이 궁금할까?'하고 고민하며 적었던 흔적을 높게 평가하신 거였다.
그리고 그 당시 우리 팀의 구성원 90%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충원한 신규 입사자들이 많은 팀이었기 때문에 코딩 컨벤션이나 관련 DOCS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기존 인원이 신규 프로젝트에 투입이 되더라도 혼란스럽지 않도록
코드리뷰를 받을 때나 새로운 문서나 정보를 공유 받을 때, 혹은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오로지 "프론트엔드팀"만을 위한 문서를 정리하고 공유했었는데 그 노력을 알아주신 거였다.
저 말을 들었을때 가슴이 너무나 벅찼다. 내 노력이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걱정 없이 업무를 맡길 수 있는 구성원이라니 부족했던 자신감이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싶었다.
내 사수님은 날 다그치지도 않으셨고 정말 힘들고 어려우면 본인이 해결할테니 걱정 말고 일에 집중하고 배우라고 해주시는 좋은 분이셨기에
그분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고 싶어서 회사 점심시간에도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를 했다.
회사 업무에 매료되고 빠져들어서 내가 맡은 프로젝트가 내 자식처럼 느껴졌다. 이 프로젝트를 잘 완성시키고 싶다는 욕심으로 살았던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어느 순간부턴 퍼블리싱'만' 빠르게 해내는 것이 아니라, 퍼블리싱 첫 단계부터 프론트 개발을 위한 고민을 하며 개발을 하기 시작했다. 즉,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state를 공유할지 말지에 따른 폴더나 import 구성을 고민하게 되었고 API가 완성 되기 전까지 목업 데이터를 생성하여 임의 API를 만들어 UI 개발을 먼저 진행하게 되었으며
데이터의 stale 여부에 따른 리렌더링이나 최적화를 신경 쓰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적데이터나 상수값을 잘 활용하여 API endpoint나 params에 전달하도록 하여 쓸데없는 값이나 변수, 상수가 생기지 않도록 신경 쓰게 되었다.
그 외에도 없는 값이나 빈 데이터가 들어왔을 때 페이지가 죽지 않도록 조건부 렌더링이나 예외처리, 로딩 화면도 꼼꼼히 작업하는 등
매일 내가 '성장'하고 있다고 피부로 생생하게 느끼며 출근했던 것 같다.
내가 열심히 한 만큼 내 사수님은 내게 많은 것들을 알려주시려 노력했고, 내가 전부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내 사수님을 어미새 처럼 쫓아가려 노력했던 시간이었다. 회사를 다니는 게 행복했다. 업무의 중압감은 컸지만 그래도 배움과 성장이 동반되었기에 매일이 즐거웠다.
하지만 회사가 투자 실패를 하게 되면서 갑자기 급여가 하루 이틀, 혹은 1주 2주씩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4대 보험도 급여에서 제하였으나 입사 초기부터 하반기까지 미납 상태인 것을 알게 되었다.
회사가 횡령을 한 것이다... 나는 23년 10월쯤 이사를 앞두고 대출을 받아야 했는데 4대보험이 미납상태일 경우 신용이 안 잡혀서 대출이 불가하게 될 수도 있는 상태였던 것이었다.
회사에 큰 실망을 갖게 되었다. 차라리 말이라도 해주지. 애사심이 큰 상태여서 더욱 속상했다.
회사에 4대 보험을 납부해달라고 재차 요청했지만 해결될 거라는 말뿐 시간은 계속 흘러만 갔다.
그러던 와중 일부 직원을 제외한 95% 정도의 직원들이 무급 휴직 동의서에 서명하라고 안내를 받았다.
복귀는 연말이 될 수도 내년이 될 수도 있었고 무급 휴직 동안 구직활동을 해도 된다고 안내를 받았다. 사실상 제 발로 나가라는 뜻이었다.
인사팀에게 무급 휴직 동의서에 서명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고 결국 갑작스레 당일 퇴사를 하게 되었다.
정말 속상한 상태로 내 자리에 돌아와 사수님께 금일 퇴사하게 되었음을 알리니, "제가 히밍님께 좋은 사수였을까요?" 하고 말씀하시는데 결국 울어버렸다. 그래서 "네, 네 제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수셨어요. 제가 사수님을 만난 게 올해 가장 감사한 일이었어요..." 하고 대답했다.
정말 그랬다. 내 생에 저런 좋은 사수님을(인성적으로나 능력적으로나 배울 것이 많았던) 또 만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퇴사가 더 서러웠다. 더 배우고 싶었는데 더 할 수 있는데. 이런 생각만 하며 눈물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짐을 싸고 회사를 나오게 됐다.
퇴사한 지는 3개월 조금 넘은 시간 동안 나의 전 회사는 IT부 자체를 해산시켰고 사수님도 이직하게 되셨다.
그 와중에 사수님께서는 날 높게 평가하며 주위에 추천해주고 계셔서 감사할 따름 🥹...
2. 공부 방법의 변화
어느 순간 부터 그냥 따라치세요, 이해 되지 않더라도 그냥 하세요. 식의 강의나 문서를 보지 않게 되었다.
이제서야 '공식 문서가 곧 교과서다.' 라는 선배들의 말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된 것이다.
공식 문서 만큼 좋은 바이블이 없다.
무슨 원리로 작동하는 것인지, 어떠한 역사 때문에 이런 방법으로 개발 하게 된 것인지 공식문서에 가면 다 나와있는 것이다.
공식문서 위주로 공부하고 JS 엔진 원리 등을 찾아보게 되었다.
무작정 개발하는 코더가 아니라, 원리를 알고 개발하는 좋은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조금씩 자료구조와 알고리즘도 공부하고 네트워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서 당장 어렵고 이해되지 않더라도 먼 미래를 생각하여 천천히 꼭꼭 씹어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부족한 영어실력 때문에 공식문서가 이해되지 않으면 번역본이나 공식문서 위주의 인강을 찾아서 들었던 것 같다.
3. 자의반 타의반 휴식
퇴사 하면서 한 달 반의 급여와 4대 보험이 미지급 되어서 거의 두 달 가까이 회사와 실랑이를 벌였다.
(아직도 4대 보험은 미지급 상태 ㅠㅠ...)
그 와중에 나는 청약 당첨으로 인해 3년을 기다린 내 집마련을 위한 대출 준비, 이사 준비를 하며 하반기를 보냈다.
퇴사 전에 코로나를 심하게 걸려 실신한 적도 있고 후유증도 심했기에(후유증이 3개월이나 지속되었다.) 건강 회복도 할 겸 자의적으로 쉬긴 했으나 채용 시장도 얼어 붙은 상태라서 조금씩 걱정이 되기도 한다.
경영악화로 퇴사하긴 했으나 1년 미만의 경력으로 퇴사하게 되어서 중고 신입 같은 애매한 경력이 되어버렸고.
또 다시 새로운 회사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도움이 안되면 어쩌지 하고 쓸데 없는 고민을 하고 있는데 ㅠㅠ...
내년에는 채용 시장이 좀 완화 되어 좋은 회사에 취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마무리
이렇게 적고 보니 2023년도 다사다난한 한해였던 것 같다.
마냥 좋은 일만 있지도 않고 마냥 나쁜 일만 있지도 않았다.
고진감래. 딱 그런 한 해였다.
쓴 맛을 느꼈지만 뱉어내지 않고 씹어서 약으로 만든 순간도 있었던 것 같고
쓴 맛을 느꼈기에 감사하고 행복한 순간을 더욱 달게 맞이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 때 좀 더 잘해볼걸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올 한해를 돌이켜보면 결과야 어찌 되었든 간에 그래도 뿌듯함이 컸던 한해였기에
잘 이겨내고 성장해준 스스로에게 정말 고마운 것 같다.
참 신기하고 우스운 일이다. 매일 매월을 살아갈 땐 내가 턱없이 부족했는데, 이렇게 정리하다보니 내가 너무 잘해냈다는 생각이 들다니.
남들이 어떻게 평가하던지 나는 1년전의 나보다 정말 많이 자랐고 내가 바라던 길에 성큼 내딛었다. 그리고 잘 해냈다.
이거면 충분한 것 아닌가?
1년전의 나는, 과거의 나는 너무 스스로에게 야박했는데.
이제는 나를 칭찬할 줄도 알게 된 것도 좋다.
내년에도 잘 해보자!
고마웠어, 2023!
어서와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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